롯데의 대도 : 사직馬의 계보

롯데는 비교적 다른 팀에 비해 뛰는 야구를 실현한 적이 드물다. 롯데의 역사를 거슬러 생각해보면, 롯데는 언제나 중장거리형 타자들을 통해 시원한 타격 야구를 추구해왔다. 물론, 중간중간 빠른 선수들이 존재했지만, 주루를 사용한 작전 등에서는 언제나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4년 김태형 감독의 부임과 젊은 선수들의 빠른 발이 합해져 조금씩 작전 야구가 통하고 있다. 황성빈, 장두성, 김동혁 등 다양한 주력이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한 베이스 더가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득점력 또한 높이고 있다. 특히 황성빈의 경우 올해 도루왕 경쟁까지 하며 롯데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롯데에 빠른 주력을 가진 선수는 누가 있었을까?

전준호 (Jeon Jun-ho)

전준호는 롯데에서 처음으로 ‘대도’라는 별명을 받은 선수였는데, 빠른 발은 물론이고 “도루는 발이 아니라 눈과 센스로 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탁월한 주루센스까지 갖추며 도루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준호는 KBO의 대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기록들을 보면 전준호가 얼마나 대단한 리드오프였는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전준호는 KBO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한 선수인데, 통산으로 무려 549개를 성공했다. 1993년에는 시즌 KBO 최다 도루 기록을 75개로 경신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역대로 따져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30년이 넘게 지난 현재에도 순위는 잘 바뀌지 않고 있다.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도 전준호는 2회나 수상하였다. 각 1993년과 1995년에 받았는데, 1995년 같은 경우에는 3할의 타율과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 6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었다.

김주찬 (Kim Joo-Chan)

현재는 타격코치로 더 익숙한 김주찬은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타격과 주루가 모두 가능한 선수였다. 롯데의 21세기 최고 전성기라 불리던 시절, 그는 리드오프로써 좋은 활약을 했는데, 김주찬이 출루하고 주루를 통해 득점권을 만들어두면, ‘홍대갈’이 불러들이던 식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로이스터 감독의 신임 아래 큰 활약을 보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88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롯데의 득점력에 큰 보탬이 되었다. 특히, 2010년에는 무려 65도루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으나, 아쉽게도 이대형에게 1개 차이로 밀려 도루왕에는 실패했다. 또한 김주찬은 주루가 빠른 선수들의 최대 약점인 타격능력 또한 준수했는데 꾸준히 3할 정도의 타율을 유지하고 출루율 또한 높았다.

나경민 (NA Gyung-min)

나경민은 현재 문규현과 함께 ‘롯무원’이라 불리며 비판아닌 비판을 받고 있지만, 현역 시절에는 단순히 주력 하나로 국가대표까지 간 선수였다.

나경민은 출전할 때마다 투수를 상대로 언제나 끈질긴 승부를 보여주었고, 출루에 성공할 때는 지금의 황성빈처럼 상대팀의 멘탈을 흔들어놓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었다. 정말 지금의 황성빈을 보는 듯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은 많은 롯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나경민은 롯데 팬이라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을텐데, 그의 주력 하나만큼은 KBO 모두가 알아주었지만, 타격과 수비가 너무 아쉬웠다. 따라서 언제나 나경민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자신의 장점인 주력을 많이 사용하지 못했다. 나경민은 언제나 롯데 팬들에게 아쉬운 선수 중 하나일 것이다.

황성빈 (Hwang Seong-Bin)

2024년 전반기 최고의 스타로 거듭난 황성빈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와 심리전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끄는 중이다.

2023 시즌까지는 빠른 주력에도 불구하고 도루 성공률이 낮아 주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올해는 글을 쓰는 시점까지 43번 시도해 38번을 성공시키며 주루 능력을 폭발시켰다. 황성빈의 경우 주루센스가 굉장히 좋은 편인데, 상대의 엉성한 수비나 빈틈을 노려 한 베이스를 더 노리는 플레이를 굉장히 자주 보여주고 잘하고 있다.

비록 후반기에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금방 폼을 회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